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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소양강로 ‘지내솔밭’을 가보다

모진 세파에 지쳐 있는 솔숲의 변화를 찾아가 보다

등록일 2021년11월10일 01시16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춘천시 소양강로(동면 지내리) 소재에 위치해 있는 ‘지내솔밭’은 신앙숲(수구막이), 방재숲(방풍, 호안)의 기능을 하도록 소나무를 심어 조성된 숲이다.


 

소양강댐 건설로 삶의 터전이 축소된 마을

지내리(枝內里)는 지형이 나뭇가지 형국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가지 안쪽에 마을이 있어 가지안, 갓안, 가산, 지내(枝內)라는 지명들이 생겼다. 지내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마을 북쪽으로는 소양강이 흐르고, 마을 남쪽 명봉 자락에서 발원한 지내천이 마을을 지나 소양강과 합류한다. 지내천이 소양강으로 흘러드는 지점에는 들판이 제법 넓게 형성되어 있다. 자연마을로 속말, 송율말, 수펑말, 양정말, 양지말, 지겸말 등이 있으며, 주민들은 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지내솔밭을 품고 있는 송율말은 원래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제법 큰 마을이었다. 1967년에 소양강댐 건설 공사가 시작되면서 큰 변화를 겪고 현재는 13가구만 남아 있다. 소양강댐 축조를 위해 이 마을의 모래를 채취하면서 삶의 터전을 빼앗긴 마을주민들이 보상을 받고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게 된 것이다. 당시에 솔숲도 대부분 사라졌는데, 현재의 지내솔숲은 모래 채취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어느 솔밭의 부활과 좌절에 대한 보고서

지내솔밭은 지내리 서북쪽 소양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북한강 줄기를 따라 불어오는 서북풍에 취약한 지내리는 강바람을 막아주는 숲이 꼭 필요했다. 게다가 소양강댐이 생기기 전에는 큰물이 지면 강물이 범람하기 일쑤였다. 원래의 지내솔밭은 송율말에서 양정말 앞 들판까지 강변을 따라 길게 이어지면서 지내리 전체의 수구막이와 바람막이 역할을 했었지만, 일제강점기에 소나무가 수난을 당하면서 숲의 규모가 크게 줄게 되었다고 한다.

 

해방이 된 이후 지내솔밭은 한차례 부활을 시도한다. 현재는 고인이 된 마을주민 지철환이 80여 년 전에 가족과 함께 인근의 무암산에서 어린 소나무를 옮겨와 드문드문 남아 있는 큰 소나무 사이에 어린 소나무를 이식한 것이다. 지철환의 가족이 솔숲을 조성한 이유는 마을 북서쪽인 춘천시 신동의 여우고개에서 불어오는 강한 북서풍과 강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렇게 제법 울창한 숲이 되어가던 지내솔숲은 소양강댐 건설로 인해 부활의 꿈을 접고 만다. 솔숲 아래 묻혀 있는 모래를 채취하기 위해 대부분의 소나무가 잘려나가고 송율말 서쪽으로 25,000㎡(7,562평) 정도의 동산숲 형태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소양강댐을 위해 지내솔숲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규모가 작아지기는 했지만 지내솔숲에 들어서면 싱그러운 솔향이 몸속 깊숙이 스며들어온다. 가슴높이지름 20~45cm, 나무높이는 15~20m의 소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바깥에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숲이 시작되는 마을 입구에는 장승 2기가 풍찬노숙하며 서 있다. 옛 마을이름인 ‘워나리마을’을 이름표로 달고 있는 장승은 변치 않는 표정으로 지나가는 행인을 반갑게 맞이한다. 모진 세파에 지친 듯 길 바깥쪽으로 약간 드러누운 장승의 폼새가 지내솔숲과 영락없이 닮았다.

 

자연과의 공존은 인간의 원초적 심성

지내솔밭은 군부대 훈련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1970년대 춘천공업단지가 활발하게 생산 활동을 펼쳤을 때는 직장인들의 야유회 장소로 자주 이용되었고, 20~35년 전까지만 해도 인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소풍 장소로도 인기가 좋았다. 도시의 번잡함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춘천시민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때는 너무 많은 사람이 찾아와 주민들이 숲을 보호하기 위해 출입을 통제할 정도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숲 안에 야외 카페들이 들어서며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휴식과 힐링의 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50~80대 중장년들도 과거 장소를 회상하며 이 카페촌을 찾아오고 있다.



 

다만, 솔숲의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소나무의 생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싶어 안타깝다. 이미 솔숲 안길은 딱딱하게 다져져 풀 한 포기도 자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과 공존하려는 인간들의 원초적인 심성이 이 숲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


(종합문예유성신문 편집실)

 
김춘태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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