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동(胎動) / 서미영
엄마가 사시는 아파트 십팔층
물때 낀 유리창마다 달이 뜨고
저 아래 빌라 옥상 항아리 속 고추장은
밤마다 달빛이 스며 단내가 술렁인다
어둠을 밟고 돌아오는 가장의 늦은 저녁
그의 아내는 오늘은 된장국을 끓이고
내일은 김치찌개를 푹 끓여 상을 차리고
소주잔에 엉킨 삶을 쓱쓱 섞어줄 것이다.
인생의 끝은 해갈이 하는 대추나무 같을 거다
어느 날 푸른 잎사귀 위에 서러운 눈꽃이 피고
그 붉던 대추는 멍이 든 채 생살을 말리겠지
밑동이 잘리던 날 가지마다 흔들리던 태동
밤마다 달을 삼키는 바람을 품고 살다가
어느 날 쓴 입덧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마지막 날은 나도 태동을 느끼며
아침이면 해를 뱉어내는 바람이 되어 가리라
[종합문예유성신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