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후원하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네이버톡톡
맨위로

설아 백 덕임 시인 수필(감회)

설 연휴 43년 만에 초등학교 모교를 찾아서

등록일 2021년02월14일 16시57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43년 만에 찾았던 모교가 어릴 때의 정겨운 모습이 사라져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와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 지평선이 보이는 진봉면 상궐리 널른 들녘에 청보리가

겨울을 이겨내고 봄마중을 나왔다. 

 

43년 만에 초등학교 모교를 찾아서/ 백 덕임

 

서울 큰댁에서 이번 설은 형제들 각자 집에서 잘 지내자는 기별에, 오고 가는 길 힘들지 않고 음식 만들고 식사 때마다 밥상을 차릴 일없기에 복권 당첨이나 된 듯 마음이 금세 부자가 되어 행복의 꿈을 꾸며 황금 같은 연휴 무얼 하며 지내야 뜻깊고 보람있게 보냈다고 할까? 하는 생각 중에 전주에 사는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이번 설은 우리도 집에서 보내게 되었으니 오라는" 것이었다.

 

아들네도 미리 다녀갔기에 남편에게 설 연휴는 동생 집에서 함께 지내면 어떻겠냐고 물으니 좋다고 하였다. 명절 전날 오전 내내, 동생 집에 가서 먹을 전을 골고루 부치고 불고기와 꽃게 무침, 잡채 등 음식을 만들어 한 보따리를 싸서 차에 싣고 동생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남편은 차도 배고프지 않도록 미리 주유소에 들러 차 밥통에 밥을 배불리 먹여 주고 우리는 출발을 했다.
 
동생을 만나고 연휴 동안 이곳저곳을 가보기로 약속을 했기에 생각만 해도 행복해서  흥얼흥얼 콧노래는 절로 나고 하늘을 나는 한 마리 새가 된 듯하였다. 시댁과 친정 가는 마음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피는 물보다 진해서일까? 친정 가는 길이 훨씬 좋다는 말이다.

군산을 지날 때쯤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집으로 오지 말고 심포항 어느 횟집으로 직접 오라는..." 한참을 달려오니 이정표는 김제, 만경, 심포항이 쓰여 있으니 고향에 다 왔다는 생각에 중년의 마음은 어린아이처 더 신이 나고 설렜다

.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남편에게 가다가 초등학교 모교에서 잠깐 세워주고 30분만 기다려 달라는 말에 남편은 알았다는 대답을 했다. 초등학교는 동진강과 만경강 두 강물을 옆에 끼고 기름 지고 광막한 김제평야, 유일하게 하늘과 땅이 맞닿은 지평선이 보이는 곳에 웅장하게 솟아있다.

 

모교에 가까이 갔으니 내달리는 차창 밖으로 어릴 때의 수많은 생각이 차가 달리는 속력만큼 빠르게 지나가지만 기억은 또렷하게 각인이 됐다. 차는 어느새 초등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고 나는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차에서 내려 먼저 모교 정경을 몇 장 핸드폰에 담았다. 그리고 천천히 교정을 걸으며 모교와 교정이 담고 있는 하늘을 번갈아 보며 6년의 초등학교 추억을 하나하나 소환해 불러 세웠다. 왼쪽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고사리손으로 엄마 손 잡고 학교에 처음 오던 날, 엄마는 많은 걱정이 되셨는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착한 어린이란다"라는 신신당부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고 시골 가을 추수가 끝나고 나면 일년 중에 가장 여유로운 시간에 운동회로 운동장 만국기 펄럭이는 아래 청군과 백군으로 나뉜 아이들 이마에 청색과 백군의 띠를 묶고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던 기억, 운동회는 동네마다 어른들의 시끌벅쩍 흥겹고 정이 넘치는 마을 잔치였다.

 

전깃줄에 앉은 작은 새가 재잘거리듯 친구들과 조잘거리며 재미있게 지내던 그 어린 꼬마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사는지 궁금하다. 아마 머리는 나처럼 희끗희끗 되어있고 누구의 아내 남편으로, 엄마 아빠로,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 들으며 살아가고 있으리라. 이유 불문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운동장을 뛰놀던 코흘리개 어린아이는 어느새 많은 세월이 흘러 머리는 반백이 되어 43년 만에 처음 찾아온 모교에서 지난날의 회상을 하며 만감이 교차하였다. 모교를 뒤로하고 차에 오르며 하늘과 땅이 맞닿은 지평선을 바라보며 70년대의 어린시절 친구들과 지냈던 추억을 떠올리며 심포항으로 향하여 가는 내내 감개무량하여 감회가 새로웠다.

백덕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문예유성 오피니언 문학

포토뉴스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