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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박인환 시인

박인환 시인-목마와 숙녀

등록일 2021년02월05일 00시57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등대(燈臺)에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1955년)


 

박인환 시인

1926년 8월 15일, 강원도 인제 출생

1956.3.20 사망

1956년 3월 20일 학력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

데뷔1946년 국제신보 등단경력

1952 대한해운공사
1951 육군 종군 작가단 종군 기자
1948 자유신문사 문화부 기자

주요작품으로는 세월이가면,목마와 숙녀,

저서, 박인환 선시집(1955년)

 

 

[종합문예유성 편집국]

채현석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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