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무신 이기하 묘지석 ‘귀환’
- 美 클리블랜드미술관, 원소장자 후손 문중에 반환…충남역사박물관에 기증 -
충남도는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Cleveland Museum of Art)에서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백자청화 이기하 묘지(白磁靑畵 李基夏 墓誌)’ 18점을 원소장자인 이한석 씨로부터 기증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8일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으로부터 반환된 백자청화 이기하 묘지는 조선 후기 공조판서와 훈련대장 등을 역임한 무신(武臣) 이기하(李基夏, 1646∼1718) 선생의 행적을 기리는 묘지석으로, 그의 정치적 업적부터 가족사까지 상세히 담고 있다.
1718년 제작된 묘지석은 백토를 직사각형의 판형으로 만들어 청화 안료를 사용해 3400여 자의 글씨를 단정한 해서체로 썼는데, 이는 18세기 조선 사대부 백자 지석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유물은 총 18매의 온전한 한 질로, 청화 발색이 선명하고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해당 유물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15∼2016년에 걸쳐 진행한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한국 문화재 실태조사 중 파악한 것으로, 2020년 보고서 발간을 준비하면서 한산이씨 문중이 원소장자임을 확인했다.
이기하 선생의 후손들은 1994년 이기하 선생의 묘소 이장 당시 묘지석을 묻지 않고 보관하다 분실했으며, 클리블랜드미술관에는 1998년 기증된 것으로 나타났다.
클리블랜드미술관은 원소장자가 확인됨에 따라 한산이씨 정익공파 문중 대표 이한석 씨에게 유물을 돌려주기로 합의했으며,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문화재청이 원소장자에게 유물 보존·활용에 전문성이 있는 충남역사박물관을 유물 관리 지정기관으로 추천하면서 이번 기증이 이뤄졌다.
이는 도가 ‘국외 소재 문화재 보호 및 환수 활동 지원 조례’에 따라 지난해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산하 충남역사박물관에 전담 부서를 설치해 환수 활동을 펴온 지 1년 만에 얻은 값진 성과다.
이 외에도 도는 현재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국외소재문화재기금을 조성·운용하는 등 국외 문화재 환수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도 이에 발맞춰 국외 소재 충남문화유산 현황조사 및 사진전 개최, 도난 문화재 안내 책자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도의회도 충청남도 국외소재문화재 실태조사단을 출범해 백제미소불, 서산 부석사 관음보살좌상 등 지역 문화유산이 제자리를 찾는 데 힘쓰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의미 있는 결정을 해준 클리블랜드미술관과 이한석 씨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라면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충남 국외소재문화재 실태조사단 등과 함께 앞으로도 국외 소재 문화재가 제자리에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그 역사·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도민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 충청남도 국외소재문화재 실태조사단 1·2기 단장은 “불행했던 과거사나 불법적인 유통으로 국외를 떠도는 소중한 우리 지역의 문화재가 우리 품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유물 반환이 묵묵히 문화유산을 가꾸고 지키는 활동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은 씨앗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이번에 기증받은 백자청화 이기하 묘지를 오는 4월 기증식과 특별전으로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종합 문예 유성 신문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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